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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맥주 한 병 (한인 의사 수기)

Updated: Sep 11

APRIL 21, 2020|IN NEWS|7 MINUTES 마스크와 맥주 한 병 (한인 의사 수기) BY KDACOVID19

KDACOVID-19에 참여하는 한 한인 의사의 수기를 올립니다. “다른 사람불러주세요.  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요” 점잖게 생긴 40대 중반의 흑인 우버 운전사의 답이다. 말이 끝나자 마자 그 운전사는 무척이나 바쁜듯이 가속을 해서 줄행랑을 쳤다. 나는 다시 다른차를 부르면서 문뜩 생각을 했다. 두시간 전에 내게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바로 그 환자 하고 무척이나 흡사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그래서 운전사 얼굴을 보자마자 약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우버 운전사가 탑승 거부를 했으니 당연히 화가 나야되는데, 지금 시각이 새벽 한 시가 되서인지 아니면 내가 평소보다 더 피곤했는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우버차를 불렀다. 물론 운전사 입장에서도 새벽 1시 브루클린에서 맨하탄까지 들어가야 되는 것도 승차자가 마스크를 쓴 동양인 인데다가 병원에서 바로 나온것도 께림찍 했을것 같다. 청천벽력도 유분수지 갑자기 이렇게 하루아침사이 세상이 뒤집어진채 난 지난 21년 동안 열심히 해오던 외과 의사 생활을 잠시 접어놓고 중환자실로 응급실로 때론 내과 병동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역할을 하는 의사가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는 이렇게 모든 인력을 여러 병원내 필요한 위치로 임시 배치 시키고 있는 상태다. 덕분에 난 맨하탄, 퀸즈, 부르클린을 다 돌아다니고 있는것이다. 지난 삼일동안은 브루클린에 있는 작은 병원, 응급실과 내과 병동에서 근무를 해왔다. 부르클린에서 외과 전공의로 일을 하던 2000년대초,  내가 근무하던 병원응급실에는 마약과 갱단 싸움으로 한번에 세, 내명씩 위독한 환자들이 단체로 실려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 눈앞에서 생명이 끊어지는 사람을 많이 보았었고 그럴때마다 며칠동안 안타까워하고 힘들어 했었던 기억이 지금도있다. 지난 16 년 동안 내 환자가 내 앞에서 사망하는것을 목격한 일은 한손으로도 다 세고도 손가락이 남는다. 그런데 난 오늘 전혀 모르는 환자 두명의 사망신고를 해주었고, 세명의 시체가 병동에서 생사투쟁을하는 환자들과 나란히 누워 운반을 기다리고 있는것을 목격했다. 조금전 바로 줄행랑이를 한 40대 흑인운전사, 그 친구하고 무척이나 비슷하게 생긴 환자 사망선고를 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는 오늘도 우리처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코로나 바이러스 싸우는 전선의 용사라고 칭찬들을한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녁 7시 마다 박수치고 자동차 빵빵대는게 괜실이 부담스럽다. 오늘도 중환자실에서 혈관 잡고 피뽑고 돌아가신분들 사망신고해주고 하다보니 그냥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용사, 영웅은 커녕 2 주마다 깍아주어야 하는 머리가 한달이 넘게 길어서 탈의실 거울속의 난 어느덧 80년대 통기타 가수가 되어있었다. 어릴때 나한테 “가분수”라고 놀린놈을 한번 혼내준 기억이 있다. 그 “가분수”가 장발과 어울려서 병원에서 나누어 주는 N95 마스크를 쓰려면 한참 씨름을 해야 겨우 들어간다. 당연 12시간 일이 끝나서 마스크를 벗으면, 얼굴엔 누가 빨간색 매직 마커로 낙서해 놓은 것만 같다. 내 코가 다른 사람들 만큼 높지 않다는 사실도 이 N95 마스크 덕분에 알게된 사실이다. 다음 우버차를 기다리면서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 본 환자 대다수가 흑인이었고, 또 그들을 위해 꽉껴서 숨이 차는 마스크를 끼고 얼굴가리는 플라스틱 쉴드, 보호 가운, 고무 장갑을 차려입고 뛰어 다녔는데, 참 알아주지도 않고 하는 치사한 생각까지 들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지난주 퀸즈에서 한국 환자들을 보고 동양인 환자들을 봤을때는 좀 덜피곤 하고 약간 즐겁기도 했던듯 싶었다. 구름한점 보이지 않는브루클린밤이 왠지 스산하게만 느껴진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우버 자동차가 내 앞에 미끄러지듯 나타났다. 이번에는 젊은 서반아 여운전자였다. 병원 앞에서 차를탄 나를보고 의사인지 여부를 물어보며 수고했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다. 40분이 넘는 길 자동차내에서  피하지도 못하고 질문들을 대답했다. 잠든척하려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 전화기 화면을 얼굴에 들이 대보기도 했는데, 이 여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내게 계속질문을 퍼 부었다. 밤새 달리는듯 느껴지던 토요타 캠리는 날 맨하탄 39가 호텔에 떨구었다. 지난 삼 일동안 묵고 있는 이 호텔은 맨하탄에 한복판에 위치해 있음에도, 오늘이 토요일임에도 아랑곳 않고, 투숙자가 나 혼자인듯 호텔 프론프 클럭외엔 몇일째 아무도 않보인다. 몸은 피곤하고 샤워도 빨리 하고싶은데 왠지 꽉 묶여있던 머리에 바람을 좀 쏘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텔에 들어 가지 않고 42가 쪽을 향해서 걸었다. 도착한 토요일밤의 타임스퀘어는 사람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져 있었고,  그대로 다 켜놓은 온갓 휘황찬란한 간판들은 무척 슬퍼보였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거리를 걸어보았고 기분이 다소 풀리는듯했다. 중간중간 보이는 텅빈 어두운 골목들을 보며,  난 윌 스미스의 “ 나는 레전드다” 라는 좀비 영화 주인공 이라도 된 것처럼 밤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박쥐먹는 더러운 중국 XX야!!!” 라는 큰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건물과 건물사이에난 작은 공간에 침낭같기도 하고 낙하산 같기도 한 그런걸 턱까지 뒤집어 쓰고있는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내가 눈을 마주치자, “ 나 줄거 없어?” 라고 물으며 웃음을 보였다. 미국의 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생각보다 무지무지 많은 무지무안 한 인간들이  SARS-CoV-2를 “우한 바이러스”, “중국바이러스”라고 불러대서 온갓인종이 다 몰려 어울려 사는 뉴욕 한복판에서 동양인들이 언어/육체적인 공격을 당하는일이 근래 수차례 있었다. 무슨생각을 해야할까, 무슨말을 해야할까 떠오르지가않아 그냥 멍하니 서있는데, 이번엔 경찰 싸이렌이 바로 뒤에서 들렸다.  “당신 지금 여기,  나와 있으면 안돼 !!!!”  쥐죽은듯 이렇게 조용한 거리에서, 창문을 열고 조용조용 말해도 다 들릴듯한 거리에서, 커다란 마스크를 낀 경찰은 스피커로 내게 경고했다. 의사이고 퇴근길이라고 말했는데, 알아 들었는지 못알아들었는지 모르겠는 두 눈만 말동말동 창문뒤로 사라지고,  이내 경찰차도 없어졌다. 시체를 여럿보아서 그런지 토요일밤 퇴근해서 와인 마시던 버릇이 있어선지, 어디 조용한 곳에서 친구들과 와인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호텔 로비에 들어오니 키가 장대한 흑인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그리고 절대 어울리지 않는 작은 보라색 마스크를 얼굴에 하고 내게 인사를 했다. “보아하니 오늘도 바쁘셨군요 ? 의사시죠?”  대충 대답을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섰다. 혹시나 해서 근처에 와인을 살곳이 있겠느냐고 물어 봤다.  그 친구는 시계를 보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금 말씀인가요?” 라고 되물었다.  엘리베이터로 돌아서려는 내게, 그는 잠시 기다리라 했다. 생각보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사무실 뒤로 달려들어갔다가 돌아나온 그의 큼지막한 손에는 물방울이 흐르는 맥주한병이 들려있었고, 병에는 부르클린 라거 라는 라벨이 보였다. 투숙비에 술값을 넣어달라는 말에 그는 손을 흔들며, 일 끝나고 자신이 마시려 하던거라고 쾌하게 답했다. 이건 새벽까지 수고하고 돌아온 당신이 더 필요하겠네요 하며 등을돌리는 클럭에게 이름을 물었다. 마스크 때문에 뭐라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아서 다시 물어 봤다. 순간, 마스크를 내리면서 해롤드라고 답하는 그 사람의 얼굴은,  내가 오늘 사망신고를 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얼굴은 탑승을 거부 했던 우버 운전사의 얼굴이 었고 길거리에 누워 욕을 하던 노숙자의 얼굴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그 얼굴은 내게 길에 나와있음 안된다고 말한 경찰의 얼굴이고 마스크에 눌려자국이난 탈의실에서본 그 장발 의사의 얼굴이기도 하다. 호텔방에서 마스크를 던져놓고 맥주라는걸 처음으로 마시는 사람처럼 난 시원한 맥주의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또 오늘과 같은 날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BusinessPresentation #PublicSpe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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